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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염정(鹽井)(2편)---여인의 눈물 밭




무슨 까닭인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엔찡의 소금밭 일은 모두가 여인네 차지였다..













소금밭을 정리하던 아이를 안은 엄마가 카메라를 인식해서인지

작업을 멈추곤 물끄러미 우릴 쳐다본다..

.

.

너댓살쯤 되었을까?..

그 옆의 딸은 소금밭을 열심히 쓸어내고 있다..

그 일이 자신의 숙명인양 무덤덤한 얼굴로...












남자들은 가끔 소금밭을 수리하거나

생산된 소금을 가져가서 팔고 올 뿐

소금을 만드는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도 않고,

전혀 돕지도 않는다..












그저 옆에 앉아서 얘들을 보는 일이 고작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저렇게 어릴 때 부터

수십년간 소금밭에 허리를 대고 일을 했지만

왜 여자만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단 한번도 의문을 품은 적은 없다..


그래서 당연히 소금밭 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도 없다..



한켠에 벗어 놓은 아이의 헤진 신발이

여인네들의 헤진 마음같아 보임은...










































염수를 퍼 올 때 쓰는 나무통을 '동'이라 한다..


'동'에 매여진끈을 이마에 매고 '동'을 등에 메고 이동하게 되는데,

그 모습은 TV 같은데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 우리의 물지게 같은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


소금우물은 공동 우물이며 '동'을 이용해

우물에서 소금밭 옆에 있는 개인저수지로 일단 염수를 옮긴다..













나무통의 무게는 대략 6근,

그러나 항상 물에 젖어 있기 때문에 빈 통이라 해도

실제 무게는 10근 즉 6kg 이상이다..


여기에 물을 가득 채우면, 약 30~35kg쯤 된다..



여인네들은 저 아래 소금우물로 부터 자신의 개인염수지로

많을 경우 하루에 400번 정도 물통을 져 나른다..













염수를 긷기 위해서는 우물 속에 놓인

좁고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소금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우물의 깊이는 18m까지 내려간다..



이 깊고 좁은 우물에서 소금물을 길어내어

개인 염수지로 소금물을 옮기는 것은

그동안에 소금물을 증발시켜 염도를 진하게 하려는 것..












어린아이가 또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있다..

우리 같으면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인데도

전혀 싫은 기색없이 오히려 만면에 희색이다..


그 어린아이가 걸친 옷에서

힘든 삶의 여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여간 짠하지 않다..












참 귀엽고 예쁘고 천진한 얼굴이건만,

추위과 산골의 매서운 바람, 따가운 햇볕 등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얼굴이 많이 상해 있는 것 같아 또한 마음이 짠하였다..


코 끝에 매달려 있는 콧물과,

한쪽뺨에손등으로 훔쳐내 말라있는 콧물자욱이

우리네의 어릴적을 회상케 한다..












엄마의 일을 돕겠다고 바지를 걷어붙이고 있는 아이의 모습...














우리네 어린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천진한 모습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책과 씨름을 해야 할 여리디 여린 손이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점점 거칠어져 간다는 것...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걸어간 그 길을

저 아이도 똑같이 걸어가겠지...













염전의 가장자리 소금이 마르기 시작하면

그 소금부터 거둬들인다..


이때 처음 긁어내는 소금은 하얀빛을 띤다..

이것을 이들은 도화염, 즉 복숭아꽃 소금이라고 한다..

복숭아꽃이 필 무렵 거둬들인 소금이라는 뜻으로

이 복숭아꽃 소금은 가장 비싼 값을 받는다..



이엔찡에서 거둬 들이는 가장 좋은 복숭아꽃 소금...



그 소금은 어쩌면 나시족 여인의 눈물 때문에

더 짠맛을 내는지도 모른다..



저 깊이 패인 이엔찡 촌로의 주름진 얼굴과

여인네들의 눈물 밭인 염전이 한데 겹쳐 눈앞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