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을 오르려던 나그네가
물이 좋아 그대로 주저앉은 곳이 소백산 제 일경이라는 희방폭포(喜方瀑布)..
높이 20여m의 웅장한 폭포수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쏟아지는데,
천년의 정적(靜寂)을 깨뜨린다...
소백의 영봉 중 하나인 연화봉 밑의 깊은 골짜기에서 발원되어
몇 천 구비를 돌아서 흐르다가 여기에 와서야 한 바탕 큰 소리로 천지를 진동시킨다..
깎아지른 암벽위에서 내리 쏟는 물줄기는
더위에 지친 나그네의 등에도 오싹 한기(寒氣)를 느끼게 하며,
산이 좋아 산에서 산다는 등산객들도 여기서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이 폭포의 장관에 넋을 빼앗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소백의 품에 안기는 선남 선녀들...
밝은 햇살과 함께 싱그런 소백의 체취가 코 끝을 간지른다..
싱그런 초록잎과 단풍에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그래 !! 바로 이거야.....
우리가 늘 그리워 하면서도 잊고 살았던 것이.....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에서 바라본 국망봉...
소백의 정상엔 철쭉이 아직 움츠려 있다...
어제까지가 소백산 철쭉제였다고 들었는데...
다음주나 되어야 제대로 볼 수 있을 듯..
비로봉에서 바라본 죽령쪽의 천문대와 중계탑...
천문대 바로 전 높은 봉우리가 연화봉인 듯...
내가 가야할 곳이기도 하다...
난 산행을 주로 새벽 일찍하던가, 아님 평일날을 좋아한다...
복잡한 것이 싫어서이다..
그래 이번에도 한갓질 것으로 생각하여 월요일을 택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영주 중앙초등학교의 소풍날과 겹쳐 산을 오르는동안넋이 좀 빠졌다..
그래도마음 한켠 뿌듯했던 것은
요즘 의지력과 체력이 형편없는 아이들에게
편하고 좋은 곳 보다 이렇게 의지를 키울 수 있는 산행을하게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비로봉 정상에서의 선생님과 아이들의모습이 대견하고 감격스러웠다...
한 등산인이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른다..
숨이 찬 나도 덕분에 앵글을 고정시키며 숨을 골라본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소백의 등짝 위로 푸른 하늘이 싱그러워 보인다..
연화봉아래에 있는 천문대...
이 일대에만 그나마 철쭉이 조금 피어 있다..
첨성대 모양을 한 천문대가 소백의 잔등을 타고 산속 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기본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매물도와 등대섬 소경.. (12) | 2007.06.06 |
---|---|
소백산행..(연작) (10) | 2007.05.31 |
청보리밭 소경.. (14) | 2007.05.25 |
비오는 날의 옥정호와 메타쉐콰이어길.. (8) | 2007.05.25 |
항주(杭州) 西湖 소경.. (21) | 2007.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