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잠깐 동안 빗줄기가 멈춘사이,
새벽빛을 받은 동해의 하늘과 바다와 구름은 넋을 빼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한 한 진사님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여
저두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함 담아 보았습니다..
수평선 넘어로 해오름이 시작되기전
낮게 깔린 짙은 구름사이로 붉은 빛이 먼저 얼굴을 내민다..
우측하단 조그만 바위위에서 갈매기가 먼저 그를 맞이하려하는 듯
다소곳이 앉아있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황홀하기 그지 없는 순간이다..
정호승/정동진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계속)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장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계속)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 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음을 보라
내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그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계속)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벋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형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계속)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계속)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계속)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정호승/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계속)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계속)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계속)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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