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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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落花' 중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천양희/'하루'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져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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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즐거운 편지' 중
지우고픈 얼굴 하나 있어
지우려 해도
지우지 못해
내 얼굴만 지우고
그리고픈 얼굴 하나 있어
그리려 해도
그릴 수 없어
내 얼굴만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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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겨울나무, 겨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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