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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

.

(하략)

이생진 / '바다의 오후' 중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이생진 / 바다에 오는 이유



외딴 섬

외딴 마을

외딴 절벽

"등대로 가는 길이 어디죠?"

"저리로 가시오."

그 사람 뒷모습이 등대 같았다

이생진 / 그 사람의 뒷모습



문을 열면

저 구름

저 수평선

저것이 밥을 주는 것은 아닌데

집을 나서면

저 구름

저 수평선

저것이 옷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생진 / 수평선으로 시작하는 아침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이생진 / 수평선



갇혀 있는 저 섬들을 자유롭게 하는 이... 81세의 이생진 섬 시인..

1000여개의 섬들을 다니시며

지금까지도 주옥같은 글들을 지어내고 계신다..

천진한 소년같은,

그러나 詩作 활동엔 어디서 그런 힘이 넘쳐나시는지...

내 중학시절 은사님이기도 하신

존경하는 이생진 시인님의

싯귀들을 이곳에 감히 옮겨 보며,

선생님의 홈페이지를 소개해 봅니다..

http://www.poet.or.kr/sj/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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