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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야생화

산수유 .. 이천 Ⅱ




김종길 /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붉은 산수유 열매 사진을 블로깅하다가

문득,

‘붉은 산수유 열매’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사랑’을 회상하는 김종길씨의 싯귀절이 생각나

옮겨 보았습니다..



아! 아버지!!













지난주 3월26일 목요일엔

때아닌 봄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었지요..

얼마나 좋았던지,

온 몸이 젖는 줄도 모르고

신이난 강아지 마냥

마구 내달리던 하루였습니다..













아마도

저 산수유 꽃도 신이 났을겝니다..

봄눈이 착 달라붙어 저리도 애교를 부리니...















뒷 뜰과 장독에도,














초가집과 그 뒷 뜰에도,

봄 눈은 그렇게 소담스럽게 앉아

가는 겨울을 아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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