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 서귀포 칠십리
음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서귀포 칠십리
어느 틈으로든
바다가 보이면 됐어
詩가 밥처럼 씹히는 날
곁에 바다가 있다는 건
죽어서도 어머니 곁이라는 거
나는 쉽게 물들어서 좋아
음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생진 / 갈증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量)이다
그릇 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박산 / 언제부터인가
언제부터인가
잘난 다른 개체 보다는
못난 내가 되어봅니다
언제부터인가
어느 시인이 준 절절한 '한 줄 詩'가
결국 바람 되리라는 걸 압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주 예쁜 저 여인 또한
시든 꽃잎 되리라 느낍니다
언제부터인가
만나면
헤어질 때를 예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지금은 좋지만
싫어질 때를 각오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시작하며
어찌 될지 모를 끝을 헤아려 봅니다
언제부터인가
흥하면 망할 것도
염두에 두는 게 버릇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살고 있음에
당연한 죽음을 각오합니다
그래도
언제부터인가
12월은 죽어 나가고
1월은 살아 돌아옴에 희망입니다
12월의 끝날,
그의 죽음을 보내고
살아 돌아오는 1월의
희망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