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무작정 덕유산으로 향했다..
대피소 예약도 없이 그냥 무작정...
대피소는 이미 만석이다..
대충 좁은 구석에 몸 구겨 넣고 잠을 청하나 잠은 오질 않는다..
한치앞이 보이질 않았던 2일간의 여정...
쌓인 눈 위에 부는 바람은 시간의 흔적을 남기고..
난 또 그 곳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간의 흔적들, 기억거릴.. 저장한다..
햇빛 한 줌 챙겨 줄 단 한개의 잎새도 없이
언 땅에 발목을 박고 서서
모진 겨울 바람과 찬 서리에도
나무는 팔뚝을,
가슴을,
그리고
내년의 봄을 키우고 있다..
지우고픈 얼굴 하나 있어
지우려 해도
지우지 못해
내 얼굴만 지우고
그리고픈 얼굴 하나 있어
그리려 해도
그릴 수 없어
내 얼굴만 그리고
그런 내가 싫어
고개 흔들며
눈물 뿌리니
역광에 부서지는
겨울 나무, 겨울 숲
신진호/겨울 나무, 겨울 숲
올 들어 세번 째오른 덕유산이다..
덕유의 환한모습을 언제나 보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