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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中 吉祥寺...





































능소화란 년 / 박 산


담쟁이 능소화는

립스틱 짙게 바른

서른아홉 농염한 여인이다


달밤 칙칙한 어둠과 벌인 스멀스멀한 섹스로는

채우지 못한 가슴에 구멍만 숭숭 뚫렸고

새벽 찬 공기 몇 모금으로는 목만 더 탄다


누군가 붙여준 '양반꽃'이란 이름이 싫어

담장 타고 올라 서방질하려 하지만

품은 독을 눈치 챈 남정네는 멀뚱거린다


그래도 포기 못하는 미련에

손가락 입술 살포시 누르고

눈 찡긋 '나 이쁘지, 나 이쁘지' 한다


솔직히



예쁘다













































































길상사엔 여인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김영한(1916∼1999)..


열 다섯살에 결혼했으나 남편이 우물이 빠져 죽어 청상이 된다.

갈 곳이 없는 영한은 권번 기생으로 나섰고

가무는 물론 시서화가 뛰어나 곧 최고 기생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스무살 되던 해 그녀는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러나 그녀를 지원하던 스승이 조선어학회사건으로 투옥되자

2년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함흥으로 돌아온다.

스승의 옥바라지를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함흥 영생여고보 영어교사였던 백석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둘은 만난 지 하룻만에 동거를 시작해 석달간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이에 백석의 아버지는 아들을 떼놓기 위해

다른 여자와 강제 혼인을 시킨다.

 

백석은 혼인날 밤 도망쳐 영한과 다시 만나 한동안 동거했고

영한은 젊은 백석의 앞날을 걱정해 헤어지자고 한다.

그런 영한에게 백석은 러시아로 떠나자고 졸랐다.

이에 영한이 숨어버린다.

 

마침내 백석은 혼자 러시아로 떠났고

둘은 영영 생이별해야 했다.

 

해방된 다음 백석은 북한으로 돌아왔고

영한은 서울에서 요정을 열어 큰 돈을 벌게된다.

60, 70년대 막후 '요정정치시대'가 펼쳐졌던 대원각..

그 대원각이 바로 지금의 길상사다.

 

영한은 살아 생전 매년 7월1일 백석의 생일이면

하루동안 곡기를 끊고 방안에 앉아 불경을 외우며 그를 기렸다고 한다.

 

또한 수억원을 쾌척해 백석문학상을 제정, 문학도를 지원하기도 했고

그리고 말년엔 백석과의 다하지 못한 이승의 사랑을 저승에서 잇고자 소원했다.

 

87년 영한은 미국에 있던 법정 스님을 찾아 쾌척할 뜻을 비친다.

당시 가격으로 1000억원이 넘는 재산....

 

 

그러나 무소유의 삶을 살던 법정은 이를 거절했고,

10여년의 우여곡절 끝에 97년 개사식을 갖게된다.

 

기자들이 1000억원이라는 재산이 아깝지 않느냐 했을 때

영한은 "천억 재산이 어찌 백석의 시 한 줄에 비할 수 있으랴"고 고백함으로써

세기의 로맨스가 마침내 세상 사람 모두에게 전해지게 된다.

 

길상사라는 이름은

개사식 때 미국에서 돌아온 법정이

영한에게 선물한 '길상화 보살'이라는 법명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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