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수수한 듯 화려한 산수유..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났음인가..
그래서 그 향이 더 진하디 진한 것은 아닌지..
때아닌 春雪로
볏짚단 위엔 아직도 겨울이건만,
성급한 산수유는
봄을 재촉하며혼자 내달린다..
눈발인지, 진눈깨비인지, 빗물인지...
어쩜 내 마음속에 내리는 눈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갈 곳 잃은
휑하니 빈 저 자전거에 문득 눈이 꽂히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물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없기에..'
산수유마을의 어느 집..
정겨워 보이는 벽과 걸려있는 농기구, 그리고 문..
금방이라도 저 문을 열고 누군가 반갑게 뛰쳐나올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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