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여진 꽃잎, 그 위에
하늘에 구멍난 것처럼 비가 온다..
무엇이 맺힌게 그리 많아
그리도 한없이 퍼부어 대는지..
퍼부어대는 그 굵디 굵은 빗줄기에 온 몸을 내어 맡기던 날,
물에 빠진 생쥐가 된 꼴이었지만
몸과 마음속에 있던 온갖 묵은 찌꺼기들이
모두 씻겨져 내린 날이었다...
쏟아져 내리는 비가
핏줄 마다 흐르고
심장까지 채우고
목차오르는 날이 있다
온 세상이 푹 젖고 있는데
왜 나만 유난히
왜 갈증이 날까
왜 갑자기 삶이 싫어질까
왜 갑자기 삶이 무의미해질까
왜 갑자기 삶이 시시해질까
무언가 자꾸만
입 안에 쏟아 붓고만 싶어진다
모든 허무가 다 씻겨내리도록
괜시리 눈물이 난다
왜 갑자기 삶이 슬퍼질까
저절로 울게 된다
용 혜 원 / 비 오던 날
떨어져서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연(蓮)..
그 마음이 차라리 붉은 선혈(鮮血)이다..
작은 물방울 하나 머금지 않고
다 쏟아 내는 연 잎..
그 비우는 방법을
저 연(蓮)에게서라도 배울 수만 있다면...
수련.. 붉은연(蓮)..
노란연(蓮)..
수련.. 하얀연(蓮)..
홍련(紅蓮)..
망토 걸친 신사가 된 연(蓮)..
그날,
폭우속에서 생쥐가 되었던 난
많은 예쁜 연(蓮)들을 보았다..
저 연(蓮)을 보니
요즘의 내 마음을들여다 보는 것 같다..
그간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내 모습도 아닌,
또 이도 저도 아닌,
몇장 연잎을 떨구어 낸
어설픈 저 연(蓮)처럼,
허허롭게..
그랬던 듯...
오랜만의 블로깅으로 그 허허로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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