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기력하기만 했었던 여름..
그래도 가는 여름이 아쉬운건 나이탓인가??..
그 여름을 반추하며,
깊은 계곡에 빠져 온몸을 적시며 담아냈던 그 여름을 끄집어 내 본다..
안녕하게 사는 일
평화롭게 사는 일
어렵고도 어려운 일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롭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하늘 아래 외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몫의 외로움을 어찌할 수 없을 때
타인의 외로움에 안부를 전해봄은...
산사에 오르다가
흘러가는 물에 손을 씻는다
물을 가득 움켜쥐고 계곡아래로
더러운 내 손이 떠내려간다
동자승이 씻다 흘린 상추잎처럼
푸른 피를 흘리며 떠내려간다
나는 내 손을 건지려고 급히 뛰어가다가
그만 소나무 뿌리에 걸려 나둥그라진다
떠내려가면서도 기어이 물을 가득 움켜쥔
저놈의 손
.
.
(하략)
정호승 / '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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